[스크랩] 참지 말아(도반 홍성남 마태오 신부님) |
---|
- 글쓴이: 마라
- 조회수 : 3
- 09.07.16 12:07
오늘은 상담사례 두 가지를 가지고 강론을 시작할까 합니다. 어떤 자매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상담을 하고 싶다는데 머리가 많이 헝클어지고, 얼굴에 상처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왜 모양새가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자매님이 말하기를 바로 좀 전에 싸웠습니다. 부부싸움인가요? 아뇨. 이웃집여자하고 대판 붙었는데 서로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워서 자기가 막 이기려는 순간에 상대방 여인이 갑자기 천주교다니는 년들은 다 이러냐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를 듣자 갑자기 다리가 풀리고 힘이 쭉 빠져서 엉겁결에 손을 놓고 상대방 여자한테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았는데, 왠지 억울하기도 하고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것입니다.
자, 이런 때 이 자매님께 뭐라고 말을 해주어야 할까요? 1. 잘했어. 천주교신자라면 무조건 참아야 해. 2. 잘했어. 그렇게 희생한 것을 주님이 알아주시고 천당자리 하나 내주실거야. 답은 몇 번일까요? 답은 3번입니다. 천주교신자고 뭐고 싸웠으면 이겨야지요. 머리털 한웅큼 뽑고 나서 고해때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하시면 되지요. 천주교신자니까 손해보아야 하고, 천주교신자니까 쌈할 때 머리끄댕이를 잡히란 말이 성경 어디에 있습니까? 어떤 분은 그러십니다. 주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 상대방이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을 대라고 그러시지 않았는가 하고 말입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복잡미묘한 신학적, 심리적 내용을 애둘러 표현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살다가는 홧병, 골병들어서 일찍 뒈집니다. 상대방이 나를 해코자하였을 때 내가 나자신을 방어하는 것은 정당방위이지 복음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닙니다. 즉 상대가 내 머리끄댕이를 잡으면 성호를 긋고 같이 잡아야 합니다. 천주교신자가 이래도 돼 하면, 또 성호긋고 나 불교로 개종했다 하면 됩니다. 그런 거짓말은 소죄입니다.
두 번째 사례, 동생이 언니에게서 이천만원을 빌려갔는데 몇해가 지나도 갚을 생각을 안합니다. 동생은 언니보다 잘 사는데 언니가 돈이 급해서 돌려달라고 했더니 자매지간에 돈 달란다고 울며불며 지랄을 떨고, 어머니조차도 언니를 나무랐습니다. 언니는 자기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해성사를 봤더니 고해신부란 놈이 자매님은 돈밖에 모르는 속물이라 하면서 엄청 야단치더랍니다. 그래 지금 밥도 안 먹고 방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이 분의 경우는 어떻게? 1. 돈에 눈이 팔린 자기자신을 미워하라고 한다. 2. 어머니와 동생 마음을 상하게 했으니 사채를 끌어서라도 돈을 더 빌려줘야 한다. 답은 3번입니다. 동생년 머리채를 다 뽑더라도 빌려준 돈 다 받아야 하고, 고해신부 찾아가서 “그래, 나 속물이다. 넌 돈이 싫으냐, 이놈아. 싫다는 놈이 왜 맨날 강론때마다 돈돈하냐, 돈신부놈아, 이놈아.”하고 따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울증이 낫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신앙인이라면 희생하는 마음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살아야 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삽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시는 것은 외견상 착해보일지 모르나,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림을 당하다가 제 명대로 못살고 죽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남들에게 늘 내어주는 삶을 살게 되면 오히려 받는 상대방이 더 거룩해지고 착해지는가 하면 그 반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참신앙인이 되려면 자기도취적 신앙생활을 하지 말고, 내가 남에게 베푸는 것이 정말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유익한가 하는 것을 심사숙고하셔야 합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비둘기처럼 온순하되 뱀처럼 슬기로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대책없이 착해서 자기 인생을 말아먹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의 말씀입니다.
남의 일에 지나치게 마음이 아프셔서 대책없이 퍼주고, 자기자신은 골병드는 삶을 사시는 분들은 주님의 이 말씀을 가슴속 깊이 명심하고 사셔야 할 것입니다. 절대로 손해보는 삶 살지 마시길 바랍니다. |
![]() ![]() ![]() |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엔 맑은 인연이..... (0) | 2009.10.15 |
---|---|
세월아, 너만 가거라. (0) | 2009.10.12 |
서산대사의 글 (0) | 2009.03.06 |
나당신 친구함에 있어 (0) | 2009.02.21 |
물소리, 바람 소리. (0) | 2009.02.15 |